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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가 그토록 찾던 펜타그래프 키보드!

by hyperhand 2023. 12. 1.

 그간 개발 일을 하면서 다양한 키보드를 접해 왔다. 일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키보드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드웨어적인 조건보다는 개발자의 소프트웨어 스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키보드는 일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연장일 뿐 싸구려를 써도 상관이 없었다.

 

 헌데 언젠가부터 장시간 타이핑 하고 나면 손가락에 피로를 느끼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손가락 힘도 빠지는건지 아님 키보드가 안좋아서 손가락에 무리가 갔던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장시간 타이핑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근데 개발 일은 생각보다 타이핑 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왜 그랬지? Ctrl+C/V가 쌩 타이핑보단 많은 것 같은데 ㅋ

 

 

 

 

 

 

 어쨌든 그 이후로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항상 1~3만원짜리 키보드만 쓰다가 처음으로 16만원짜리, 나에겐 고가인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다. 용산의 유명한 타건샵 구산컴넷에 가서 다양한 키보드를 쳐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키보드를 구입했다.

더키 샤인4 갈축, 풀배열

더키 샤인4

 

 예전에는 무조건 풀사이즈를 선호했다. 숫자키패드에 익숙하기도 했고, 키패드의 오른쪽 하단 구석의 엔터키를 자주 사용했기에. 키압이 높지 않아 피로도 덜 느껴지고, 딸깍거리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적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키보드의 화려한 LED 불빛과 함께 한동안 이 제품으로 만족하며 사용했다.

 

 그런데 이걸로 만족하고 끝날줄 알았던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끝나질 않았다. 그 키감에 익숙해지니 피로함이 아닌 지겨움, 새로운 느낌에 대한 갈망이 시작됐다. 그럴때쯤 회사에서 아이폰 앱 개발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 맥미니와 매직 키보드 등을 구입하게 됐는데 매직 키보드 키감이 오~ 하는 감탄사가 나올만큼 너무 내 취향이었다. 그렇다! 내 취향은 기계식이 아닌 펜타그래프였던 것이다. 조용하면서 쫀득쫀득하고 짧은 스트로크가 누구는 바닥을 치는 것 같아 별로라고 하는데 나에겐 딱이었다. 그래서 잠깐동안은 윈도우PC에 꽂아서 사용하기도 했었다.

애플 매직키보드

 

키보드가 질척댄다~

 하지만 주로 윈도우PC에서 작업을 했기에 더키를 계속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우스질을 하고 있으면 키보드가 거추장스럽게 걸리기 시작한다. 책상이 그리 넓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있으면 편리하긴 하지만 사용 빈도가 적은 키패드가 잘려 나간 텐키리스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타건샵엘 가도 딱히 맘에 드는 키보드가 보이질 않았다. 좀 관심이 간다 싶은 건 가격대가 너무 높았다. 그래서 알리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선택한 제품. Redragon의 K621

Redraon K621 RGB

 

 당시 5~6만원대에 구입한 것 같다. 중국 제품이라 키감이 맘에 안들면 노답인데 라고 생각하며 긴 시간 기다림 끝에 받고 타건했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기존에 쓰던 더키보다 더 좋았다. 적축이며 로우 프로파일이라 일반 기계식보단 짧은 스트로크를 주는데 키감이 만족스러웠다. 싸구려 티가 별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부가적으로 블루투스 3대, 2.4G, 유선 등으로 연결 가능한 옵션과 있으면 너무나 편리한 볼륨 조절 기능까지 구비돼 더키를 더 이상 쓰지 않게 한 제품이다. 다만 무선 연결성이 약간 불안한 면이 있는데 유선으로만 사용하기에 문제되지 않았다.

 

 

 

 

 

 

 만지고 싶다 펜타그래프~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또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싶어진다. 이번엔 애플 매직 키보드의 키감을 느끼고 싶어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찾기 시작한다. 근데 펜타그래프는 기계식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타건샵에 비치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종류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여전히 펜타그래프의 왕좌 자리에 머물러 있는 로지텍 mx keys를 만져봤다. 그런데 첫 터치 순간 '너무 키압이 세다. 오래쓰면 피곤하겠는데' 였다. 낮은 키압을 선호하는데 생각보다 키압이 높게 느껴졌다. 게다가 가격 또한 14만원대라 부담되기도 했다.

 그래서 유튜브 등을 뒤져서 mx keys가 무겁다고 평한 유튜버들 가운데 키감이 만족스럽다고 얘기했던 그 제품.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블루투스 키보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블루투스 키보드

 

 이것도 저렴하진 않은 약 11만원대에 구입했었는데 유튜버들이 얘기했던 것만큼 키감이 매우 좋았다. 이 제품이 키스트로크가 약간 더 길어 나에겐 매직키보드가 취향에 더 가깝긴 했지만 이것도 나름의 키감이 만족스러움을 제공했다. 키압도 강하지 않고, 쫀득쫀득하고 조용하고.

 그런데 이 제품은 그리 오래 사용하지 못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블루투스로만 연결이 가능해 운영체제가 부팅을 완료하기 전까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일 바이오스 셋업할 일이 있거나 멀티부팅시 부팅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거 한단계 지나가는거 그냥 노트북 키보드 이용하면 되는데 의외로 이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블루투스 기기 딱 1대만 접속이 가능해 윈도우와 우분투를 오갈때마다 연결을 새로 잡아줘야 하는게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얼마 쓰지 않고 다시 박스 포장해서 창고에 모셔뒀다. 팔까 하다가 혹시 사용할 일이 생길수도 있으므로.

 

 

 

 

 

 

 어딨니 날 위한 펜타그래프~

 어쩔수 없이 다시 Redragon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다른 펜타그래프를 물색해보기도 했지만 다양한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볼 수가 없으니 선택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여러 키보드들을 접하면서 점점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그 조건들을 다 만족하는 제품을 찾다보니 대략 1년의 시간이 흐른 것 같다.

  • 가위식 펜타그래프일 것. 가끔 알리에서 광고하는 펜타그래프는 멤브레인 방식을 펜타그래프라고 광고하는 제품들도 있다. 펜타그래프 범주에 멤브레인이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멤브레인 방식은 대부분은 시끄럽고 키감이 좋지 못하다.
  • 무선이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으니 POST 과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기계식 키보드에선 흔한데 펜타그래프에는 의외로 없는 아래 그림과 같은 키배열. 무조건 Home/End/PageUp/PageDown/Del키를 Fn키 조합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코딩할때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이걸 Fn키 조합으로 사용하는게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 PrtSc키도 구비돼 있어야 한다. 문서 작업시 의외로 사용할 일이 많다.
  • Fn키 토글 기능. F1~12 키들이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F1~12키로 기본적으로 쓸 수 있게 할 것.
  • 방향키 사이즈를 희생하지 않을 것. 펜타그래프 키보드로 가는 과정에 방향키 사이즈를 최대한 줄여놓은 키보드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너무 불편했고, 적응도 쉽지 않았다. mx keys mini도 이 조건 때문에 탈락.
  • 키보드 왼쪽 하단 Fn키가 Ctrl의 오른쪽에 있을 것. 아님 두개가 스위칭이 되거나. 이것 때문에 레노버 울트라나브도 탈락.
  • 지금은 없지만 나중에 생길 맥 시스템을 위해 그에 대응할 수 있을 것.
  • 가격은 mx keys 시리즈들보단 저렴하길.
  • 키보드 조명은 없어도 상관없음.

이런 배열을 가진 펜타그래프를 원했다. 더 컴팩트하면서 필요한 키는 다 있는.

 

 그런데 위와 같은 배열의 펜타그래프 키보드가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몇군데 유명 키보드 업체에다 문의도 넣었었다. "혹시 이런 배열의 키보드를 출시할 계획은 없으신지~" 답변은 다 받진 못했고 그나마도 모두 계획이 없거나 고려해 보겠다는 정도였다.

 

 이후 알리를 뒤지다 우연히 발견해버린 그 제품.

 화웨이 CD34 Ultrathin keyboard

 

 

드뎌 찾았다!!

대략 7만원 후반에 구입한 제품으로 Black, Pink, Green 3가지 색상이 있는데 Green으로 Pick.

박스를 열어보니 달랑 키보드와 매뉴얼만 있다. 케이블도 없고, 심지어 키보드에 비닐 포장조차 없다. 친환경 때문인가?

색상은 국방색에 가까웠다. 상판은 금속 재질이라 튼튼하고, 하판까지 금속은 아닌 듯 했다. 스펙상 무게가 320g, 애플 매직키보드는 390g. 구입 전 광고를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키스트로크가 매직키보드나 서피스키보드보다 2배는 긴 것 같다.

그런데 좀 아쉬운 부분이 생각보다 키압이 높았다. mx keys가 키압이 높다고 구입을 안했었는데 얘는 최소한 그 이상인 것 같다. 이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지만 앞서 조건으로 생각했던 나머지 것들은 거의 충족했다. 특히 키배열은 매우 만족스럽다.

 처음봤을 땐 블루투스 전용인 줄 알고 보고도 지나쳤는데 키배열이 너무 내가 딱 원하는 배열이라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니 케이블을 연결하면 유선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써 있었다.

 

 

 

 

 

 

 최근 도서관같은 조용한 곳에서 사용하려고 평소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제품을 찾았는데 다행히 원하는 제품을 찾았다. 쿠팡, 11번가, 지마켓, 알리, 이베이, 아마존, 개별업체 등등을 뒤지면서 알게 된 것이 펜타그래프 제품들은 배열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계식은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면서 왜 펜타그래프는 배열들이 거의 획일적인지 모르겠다. 인기가 없어서 투자를 안하나?

 

이것도 사용하다가 지겨우면 갈아탈수도 있겠지만 아마 키감이 매직키보드와 거의 동일하면 모를까 당분간은 바꿀 일은 없지 싶다. 게다가 찾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 그냥 내가 키보드에 맞춰버리면 쉬운데.

 

키보드 쟁이들은 이렇게 키보드 갈아타기 많이들 할텐데 나는 그에 비하면 약과이지 않나 싶다.

암튼 내돈내산 키보드 여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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